판례 “입대의 운영비로 동대표 간담회 식대 지출 문제없다” [김미란의 판례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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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경위
가. A는 2020. 1. 1.경부터 2021. 12. 31.까지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 재직했다. A는 2020년 동대표 간담회 개최와 관련해 2020. 5. 28. 35만 원, 6. 1. 30만5500원, 6. 2. 30만7700원, 6. 3. 26만9600원, 6. 4. 45만7800원 합계 169만600원(이하 ‘식대’)을 입대의 운영비로 집행했다. 관리규약에는 입대의 운영경비에 대해 매월 130만 원 범위 이내로 구성하고, 운영경비 사용규정에 따르면 입대의 운영비는 입대의 및 임원회의 등 회의 진행에 필요한 제경비, 입대의 업무 활동에 필요한 제경비, 업무 수행을 위한 동대표 및 입주자등의 출장비 등에 집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부칙에는 2018. 1. 1.부터 공동체생활 활성화를 위한 비용으로 집행된 금액은 입대의 운영비로 본다고 규정돼 있다.
나. 하반기에 이르러 입주민 일부가 위 운영비 집행을 문제 삼아 A를 업무상 횡령으로 고소했다. 검찰은 2020. 11. 11.경 A를 약식기소했고. 법원은 2021. 1. 8.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했다. A는 위 약식기소 후 약식명령이 발령되기 전인 2020. 12. 30. 169만600원을 입대의 운영비 계좌로 송금했다.
다. A는 법원의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그렇게 진행된 형사재판에서 1심 법원은 2022. 3. 16. A에게 무죄판결을 선고했고, 항소심 법원 역시 2022. 11. 10. 검사의 항소를 기각, A의 무죄판결이 확정됐다.
라. A는 입대의를 상대로 자신이 송금한 169만600원은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한 것이니 부당이득이라며 이를 반환할 것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법원은 1심에 이어 2심 역시 A의 손을 들어줬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법원의 판단
가. A의 손해배상책임 불성립
A는 입대의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입대의를 한 다음 일부 동대표들과 식사를 하고, 인원수와 코로나19 등을 고려해 총원 55명 남짓의 동대표들을 4개 그룹으로 나눠 2020. 6. 1.부터 6. 4.까지 4차례 간담회를 하며 식대를 지출하게 된 점, 각 간담회는 아파트 공동 관심사 논의 및 다수의 동대표들 간 원활한 의사소통 목적으로 개최된 점, 실제 동대표들이 간담회에 참석해 친목을 도모한 점, 이전에도 입대의와 직접적 관련성이 없는 동호회 간담회, 송년회 회식비 등의 비용이 운영비에서 상당부분 집행됐고, 그 후에도 노인정 회원과 대표자의 간담회 다과비 등이 운영비에서 집행됐는데 이는 식대 집행과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입대의 운영비로 책정된 금액 대비 식대의 액수 등을 종합해 보면 식대는 관리규약 및 운영경비 사용규정에서 정한 운영비 집행대상에 해당하거나 적어도 부칙에서 정한 공동체생활 활성화를 위한 비용으로서 운영비 집행 대상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A가 입대의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 입대의는 식대는 회의와 무관한 뒤풀이 비용에 불과하므로 운영경비 집행대상이 아님에도 운영비에서 집행함으로써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했으므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며 이를 자동채권으로 A의 부당이득반환채권과 대등액에서 상계하겠다고 항변했으나 A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유 없다.
나. A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 인정
A가 업무상횡령죄의 성립을 부인하고 다투는 과정에서 식대 상당액을 송금해 변제했는데, 이는 손해배상책임의 존재에 관해 의문을 가지거나 의심을 품은 상태에서 변제한 것이고 식대 상당액은 채무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급부된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당이득으로서 169만600원은 A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
평석
아파트 돈은 정해진 곳에 정해진 대로 쓰는 일종의 공금이다. 용도와 절차가 정해져 있음에도 잘못된 용도에 사용하거나 절차를 위반하면 탈이 나기 쉽다. 형사적으로는 업무상 횡령, 민사적으로는 손해배상책임이 문제 된다.
동대표 간담회를 개최하며 사용한 식비를 입대의 운영비로 집행한 것이 왜 횡령인가 생각할 수 있다. 보통 횡령이라고 하면 자신이 관리하던 남의 재물을 자기 주머니에 넣는 것만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정해진 용도나 절차를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사용하면 꼭 자기 주머니가 아니더라도 횡령이 될 수 있다.
입대의 회장은 정식재판을 청구해 다투면서도 식비 상당액을 아파트에 반환했고 이후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불법행위가 없었으니 손해배상책임이 없고, 회장이 임의로 반환했던 식비 상당액은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한 것임이 자명하다. 아파트 측이 손해배상책임을 운운하며 부당이득반환책임을 모면하려던 것은 통하지 않았다. 적절한 용도에 적절한 절차를 거쳐 운영비를 집행한 이상 형사적으로는 무죄, 민사적으로는 손해배상책임이 없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겪었을 회장의 고초는 누구도 보상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김미란 변호사
hapt@hapt.co.kr
출처 : 한국아파트신문(https://www.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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