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사인 미상으로 숨진 아파트 소장 유족 ‘산재 소송’ 냈지만… [김미란의 판례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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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경위
가. 본건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으로 근무했던 B는 2022. 2. 23. 사망했는데,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심장질환으로 추정된다. 근로복지공단은 2022. 8. 5. ‘망인의 발병 당시 업무와 관련해 신청 상병이 생길 정도의 업무상 단기적 과로 및 만성적 과로가 확인되지 않고, 신청 상병을 유발할 정도의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상황이나 업무 환경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아 업무와 신청 상병 간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라는 취지의 이유로 유족 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을 했다(이하 ‘처분’).
나. 그러나 B의 배우자 A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아파트는 2022. 2. 8. 화재가 발생해 B가 관련 업무를 처리하게 됐고, 업무 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발생했다는 주장이었다. 또한 아파트 배관 공사 및 옥상 방수 공사로 인해 B의 업무 부담이 가중됐고, 조망권 침해 관련 업무를 처리하며 스트레스를 받았고, 각종 민원 처리 업무 및 경비원 업무까지 분담했다며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근로복지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의 판단
가.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질병 등 업무상 질병 인정하기 위한 요건 충족 여부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되려면 ‘단기간 동안 업무상 부담 증가’의 기준 ‘발병 전 1주간 업무시간이 이전 12주간의 1주 평균 업무시간보다 30% 이상 증가’ 및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로서 업무와 질병 사이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되는 기준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 초과, 발병 전 4주간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4시간 초과’를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B의 근태내역 등에 근거한 업무시간은 발병 전 1주간 35시간, 발병 전 4주간 1주당 평균 31시간 30분, 발병 전 12주간 1주당 평균 31시간 25분으로서 위 요건에 미치지 못한다.
나. 화재 관련 업무와 사망 사이의 관련성 인정 여부
아파트에서 2022. 2. 8. 화재가 발생했으나 공용부분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인명 피해도 없었다. B는 해당 세대원에게 연락을 취하고, 119에 신고, 아파트가 가입한 보험회사에 화재 사고를 접수하는 업무 등을 수행했을 뿐이므로 이 내역만으로 사망과의 관련성이 높다고 볼 수 없다.
다. 배관 공사 및 옥상 방수 공사 관련 업무와 사망 사이의 관련성 인정 여부
B가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으로 부임하기 전인 2020. 9. 경 누수가 발생해 2021. 5. 18.부터 8. 3.까지 배관 공사 및 옥상 방수 공사가 실시됐다. 위 공사기간 동안 B는 오전에 출근한 후 한 번, 오후에 퇴근할 때 한 번 정도 현장을 살폈을 뿐 공사현장에 상주해 관리·감독하지는 않았다. 업무 일지에 따르더라도 일부 늦게 퇴근한 적은 있으나 사망일로부터 12주 전에 이뤄진 것이고 잦지도 않았다. 이 정도의 업무수행만으로는 사망과 업무 사이에 관련성이 높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라. 기저질환에 의한 사망 가능성
B에 대한 건강검진 결과 및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에 의하면 고혈압, 2형 당뇨병, 신장병을 앓고 있고, 흡연을 했으므로, 이는 심장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인자에 해당한다. 금성심내막하 심근경색증으로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술도 시행한 바 있어 이미 심장질환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보유하고 있던 개인적인 위험인자 등을 고려해 보면 업무상 요인이 아니라 B의 체질적·내재적 요인에 의해 심장질환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특히 진료기록 감정의 역시 B가 고혈압, 만성신부전, 당뇨병 같은 여러 중요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고, 이는 각각 심혈관 건강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하며 심장질환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점, 이미 심근경색을 경험하고 관상동맥중재술을 받은 바 있다는 점 등에 비춰 기저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음을 알 수 있고, B의 사망이 기저질환에 의해 초래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된다는 취지의 소견을 제시했다.
마.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B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처분에 원고가 주장하는 위법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판례평석
유족급여와 장의비는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지급된다.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다투려면 사망과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가 관건이다. 특별히 업무상 과로가 누적되는 상황이거나 스트레스가 사망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것이 아니었고, 기저질환으로 인한 사망일 확률도 높았다면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되기 어렵다.
김미란 변호사 hapt@hapt.co.kr
출처 : 한국아파트신문(http://www.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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