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낙찰 위탁사와 본계약 체결안한 입대의, 3500만원 배상하라” [김미란의 판례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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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경위
가.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2022. 6. 8. 주택관리업자 선정 입찰 공고를 했고 A사를 포함해 10개 업체가 입찰했다. 2022. 6. 20. 적격심사 결과 A사가 최고 평가점수를 얻어 낙찰자로 결정됐고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입찰결과를 공개했다. 이후 같은 날 경쟁입찰에 참가한 10개 업체의 업체명 및 각 업체에 대한 평가점수를 별도 공고문을 통해 공개했다.
나. 위 결과에 대해 일부 입주민이 이의를 제기하자 2022. 6. 29. 임시 입대의를 개최해 입주민 의견 청취 후 계약 여부를 결정하기로 의결했다. 같은 날 A사에 “임시 입대의에서 귀사와의 계약은 입주민 의견 청취 후 그 결과에 따라 진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의결했다”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했다. 이 아파트 입대의는 2022. 7. 15.부터 2022. 7. 25.까지 입주자들을 상대로 한 투표절차를 진행했고, 전체 유권세대 3824세대 중 2257세대가 투표했고, 그 중 2186세대가 재입찰에 동의했다. 이 아파트 입대의는 다시 입찰 공고를 거쳐 2022. 8. 4. 다른 업체 B사를 낙찰자로 결정하고 다음 날 K-apt에 경쟁입찰 결과를 공개했다.
라. 이에 A사는 정당한 이유 없이 본계약 체결을 거절한 본건 아파트 입대의를 상대로 예약채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법원의 판단
가. 본계약 체결 의무 있음
공사도급계약상 수급인을 선정하기 위해 입찰절차를 거쳐 낙찰자를 결정한 경우 입찰을 실시한 자와 낙찰자 사이에는 도급계약의 본계약 체결 의무를 내용으로 하는 예약의 계약관계가 성립하고 어느 일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본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경우 상대방은 예약채무 불이행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법리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주택관리업자 선정을 위해 경쟁입찰 방식으로 입찰절차를 거쳐 낙찰자를 결정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본건 아파트 입대의는 입찰절차를 진행했고, 내부적으로 적격심사를 거친 후 최고 평가점수를 얻은 A사를 낙찰자로 결정해 공고했다. 따라서 입대의와 A사 사이에는 본계약 체결 의무를 내용으로 하는 예약의 계약관계가 성립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는 본계약 체결을 거절할 수 없다.
아파트라고 공동주택관리법령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는 공동주택인 동시에 집합건물이기 때문에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도 적용된다. 간혹 공동주택관리법령상의 절차를 잘 준수했다고 안심했다가 집합건물법을 위반한 문제로 곤혹을 치르기도 한다.
아파트도 이럴진대 주상복합은 오죽할까. 공동주택관리법상 ‘공동주택’에는 주택과 주택 외의 시설이 동일 건축물로 건축되는 이른바 주상복합건물이 포함되기는 하나 이 경우에도 일반인에게 분양되는 복리시설은 제외된다. 그러니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공동주택관리법상의 절차에 따라 성립된 입대의더라도 관리규약상 관리범위에 상가가 포함돼 있다는 점만으로는 상가 관리 권한이 부여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주상복합 건물은 주택과 상가가 상호 이해관계를 달리 하는 경우가 많아 별도 관리하는 곳이 상당하다. 만일 통합 관리를 한다면 사전에 관련 법령의 내용을 숙지하고 구체적인 약정을 체결하는 등 분쟁을 예방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나. 본계약 체결 거절할 정당한 이유 없음
입찰참가자격으로 사전에 명시하지 않은 ‘자본금’, ‘실적 건수’는 본계약 체결의 고려사항이 아니고 적격심사 평가항목으로 ‘사업계획의 적합성’, ‘협력업체와의 상생 발전 지수’라는 주관적 평가항목이 사전에 설정된 이상 그 항목에서 일부 심사위원으로부터 ‘만점’을 받았다는 것 역시 본계약 체결에 고려사항이 될 수 없다. 심사 공정성이 의심되고 본계약 체결 강행 시 법적 분쟁이 예견된다는 사정만으로는 본계약 체결을 거절할 수 없고 입주민이 제기하는 의혹을 뒷받침할 어떤 사정도 객관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다. 입주민 과반수 동의로 면책 불가
입대의가 제시하는 어떤 법령에서도 입대의나 입주민 결의에 의해 결정을 번복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지 않고, 본계약 체결을 거절할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지 않는 한 입주민들의 동의를 거쳤다는 사정만으로 낙찰자 결정의 효력 및 이로 인해 원고가 취득한 낙찰자로서의 지위를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낙찰자가 본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게 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라. 손해배상액의 산정
예약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는 원칙적으로 예약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통상의 손해를 한도로 하는데 낙찰자가 본계약 체결 및 이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 즉 이행이익 상실의 손해가 통상의 손해에 해당된다. 다만 낙찰자가 본계약 체결 불발로 지출을 면하게 된 직・간접적 비용은 손해액에서 공제돼야 하고 낙찰자가 이행과정에서 기울여야 할 노력이나 불가피하게 인수하게 될 사업상 위험을 면하게 된 점 등도 두루 고려해 손해액이 산정된다. 본 사안에서 인건비 상당액과 A사가 본계약 거절로 입게 된 사업상 불이익 등을 감안해 손해배상액은 3500만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으로 한다.
평석
계약서와 같은 처분문서에 날인하면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법적 책임이 따른다. 계약서 날인 전이라 하더라도 입찰절차를 통해 적격심사를 거쳐 낙찰한 때에도 마찬가지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낙찰한 이상 본 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생기고 정당한 이유 없이는 본계약 체결을 거절할 수 없다. 만일 이를 위반한 때는 본계약 체결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데 따른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이 사건은 입주민 눈치를 보다가 오히려 아파트에 큰 손해를 끼친 격이다. 처음부터 입찰절차 공정성에 의심을 살만한 일 없이 입대의가 낙찰 과정에 좀 더 신경 써서 업무를 잘 처리했어야 함은 당연하다.
출처 : 한국아파트신문(http://www.hapt.co.kr)
김미란 변호사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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