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사 구상금청구 소송, 1심이어 항소심도 기각 판결
‘소장 과태료 떠안기’ 잘못된 관행 끊는 계기 될지 주목

아파트 공사를 장기수선충당금이 아닌 수선유지비로 사용했다가 과태료 1000만 원을 맞은 위탁회사가 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냈으나 1, 2심에서 패소했다. 공사의 실무적인 부분을 집행한 소장에게는 과태료 책임이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어서 소장들이 과태료를 떠안아 온 잘못된 관행을 끊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서울서부지방법원 1-2민사부(재판장 임민성 부장판사)는 A위탁사가 서울 모 아파트에서 소장으로 근무한 B, C씨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을 유지하고 A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 아파트를 관리하는 A위탁사는 2021년 2월 은평구로부터 공동주택관리법 위반을 이유로 과태료 1000만 원을 맞았다. 2018년 8월부터 2년간 이 아파트에서 진행된 소방설비 보수공사, 승강기 부품 교체 등 75건의 공사비 1억4100여만 원을 장충금이 아닌 수선유지비로 사용한 것이 은평구의 감사에서 적발된 것.

이에 A사는 두 달 뒤 과태료를 전액 납부하고 문제가 된 시기에 소장으로 근무한 B, C씨에게 90%의 책임을 물어 공동으로 900만 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A사 측은 “두 사람은 소장으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직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해 장충금으로 집행해야 할 공사비를 수선유지비로 집행함으로써 손해를 입게 했다”고 주장했다.

1심이 B씨 등의 손을 들어주자 A사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마찬가지로 “과태료 처분에 대해 B씨 등에게 개인적 배상책임을 부담할 정도로 귀책사유가 있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봤다. A사가 상고하지 않아 이 판결은 확정됐다.

2심 재판부는 “장충금 관련 법령을 위반한 관리주체에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한 것은 공동주택관리법이 공동주택 관리 의무와 책임을 원칙적으로 관리주체인 주택관리업자에게 귀속시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택관리업자에게 부과된 과태료를 소장에게 손해배상 명목으로 부담시키는 것은 법의 취지를 형해화(形骸化・내용은 없고 뼈대만 남음)할 수 있어 그 요건을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 아파트의 공사가 장충금 혹은 수선유지비 중 어떤 것에 의해 집행돼야 하는지 여부는 일의적으로 명확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사실적, 법률적 평가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과태료 처분 사유가 된 공사의 시행 여부나 공사비 집행에 관한 주요 사항은 A사나 입주자대표회의가 결정했으며 소장은 결정 내용대로 공사에 따른 실무적 사항을 집행하는 지위라고 재판부는 봤다.

아울러 재판부는 C씨가 당시 공사비를 지출하기에 앞서 장충금 집행에 관해 관할관청에 질의하고 입대의 회장 명의로 A사에 공문을 보내는 등 장기수선계획을 준수하고자 노력한 점도 참작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사에 대해 “B씨 등을 소장으로 고용한 A사로서 관리업무와 관련된 주요 법령 사항을 수시로 교육하고 실제 집행내역에 관해서도 사후적으로 확인하거나 필요한 시정조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장이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갖고 있더라도 법령을 준수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해야 할 책임이 위탁사에 있다는 것이다. 

장혁순 변호사(법무법인 은율)는 “관리현장에서 관행적으로 입대의나 위탁사에 부과된 과태료를 소장들이 개인적으로 부담하거나 손해배상 책임을 져온 잘못된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장 변호사는 “소장이 과태료를 떠안아 온 현실에 대해 재판부가 ‘이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