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칼럼 ‘MZ세대 입대의’가 끌고 ‘청년모임’이 밀고 “추진력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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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N 스토리] 대구 동구 동대구더센트로데시앙
요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MZ세대의 특징으로 ‘개인주의가 강하다’, ‘예의가 없다’ 등을 대표적으로 꼽는다. 기성세대가 MZ세대를 바라보는 시선은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
대구 동구에 위치한 동대구더센트로데시앙아파트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젊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아파트를 이끌고 2030 청년 모임이 그 뒤를 든든하게 받친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입대의가 젊어서 추진력 하나는 최고”라며 한목소리로 칭찬하기에 바쁘다.
32세 회장 입주전부터 단지 위해 활동
◇MZ세대가 이끌어 가는 아파트
이상환 입대의 회장동대구더센트로데시앙의 가장 큰 특징으로 ‘MZ세대의 활약’을 꼽을 수 있다. 총 5명으로 구성된 이 아파트 입대의의 평균 나이는 35.6세다. 그중에서도 가장 젊은 이상환(32) 회장은 입주 전부터 아파트를 위해 힘써온 일등 공신이다.
지난해 9월 1일부터 입주한 이 아파트는 2020년 11월경 입주예정자협의회가 구성됐다. 당시 입예협 구성원이었던 이 씨는 주민 동향 조사를 거쳐 입주민 중 어린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이 씨는 건설사에 특별한 요청을 했다. “어린이를 위한 놀이시설을 확충하고 안전성이 인증된 제품들을 배치해 달라”, “조경을 강화하고 물놀이 공간을 마련해달라”는 것이었다. 이는 단지에 반영됐다. 단지와 도보 10분 거리에 지하철역을 신설하기 위한 노력도 결실을 봤다. 공고네거리역이 추가된 대구 도시철도 엑스코선은 2030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파트를 위해 거둔 성과는 이 씨를 입대의 회장으로 이끌었다. 올해 1월 첫 입대의 선출이 공고되자 입주민들은 “왜 빨리 출마하지 않느냐”며 이 씨의 등을 떠밀었다. 이 씨는 “입예협 활동으로 입주민들의 신뢰를 얻어 자연스럽게 회장이 된 것 같다”면서 “지금 구성된 5명의 동대표 모두 입예협 때부터 4~5년 동안 아파트를 위해 활동하던 멤버들”이라고 말했다.
젊은 입대의를 든든히 받치고 있는 2030 청년 모임도 눈에 띈다. 멤버의 나이는 대부분 30대 초반이다. 이들은 아파트 행사가 있을 때마다 입대의를 도와 꾸준히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회장은 학생회 활동 경험을 통해 어떤 일을 추진할 때 소수의 인원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관심사가 비슷하고 기동성이 좋은 청년들을 모으기로 했다. 지난해 8월 입주민 단체 대화방에 ‘2030 청년 모임을 만들려고 하는 데 관심 있는 입주민은 함께 하자’는 메시지를 올렸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2030 세대는 아파트 일에 관심이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2주 만에 청년 20여 명이 모였다. 현재는 두 배 이상 늘어 총 43명의 청년이 활동하고 있다. 박기현(37) 청년 모임 총무는 “구성원 대부분이 자녀가 있어서 아이들에게 더 좋은 단지를 만들어주려는 마음으로 활동에 나선 것 같다”며 “모두 ‘우리 아파트’라는 생각을 갖고 환경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층간소음・주차 문제 대화로 갈등 줄여
◇입주 직후 시작된 갈등… 소통 방법 고민
지난 5월 청소년을 대상으로 펼친 백일장 대회. 어린이들이 고등부 1등 수상작을 감상하고 있다.동대구더센트로데시앙 입대의는 ‘분기에 1회 이상 주민들이 함께 하자!’는 목표를 담아 다양한 축제를 기획·운영하고 있다. 입대의 측은 “공동주택이라는 특성상 함께 살아서 불편한 점을 소통의 장에서 해결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아파트라고 갈등이 없었을까. 입주 직후 층간소음을 시작으로 지하주차장 내 불법주정차, 단지 내 흡연 문제 등 신규 입주 단지가 겪는 입주민 간의 갈등을 여지없이 겪었다. 그중 지난해 10월 발생한 층간소음 갈등은 매우 심각했다. 층간소음에 시달리던 한 입주민이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넣었고, 관리직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위층 세대에 연락을 취했다. 그러자 위층 세대에 거주하는 입주민은 “한 번만 더 전화하면 칼을 들고 내려가겠다”고 협박에 가까운 말을 건넸다고 한다.
이 회장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양측 입주민이 직접 만나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는 “차 한 잔 나누며 이야기하다 보면 서로의 입장을 일부 이해할 수 있다”며 “아직 100% 해결은 안 됐지만 그날 이후 갈등이 완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나치게 형식적인 자리는 서로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며 “최대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좋다”는 팁을 덧붙였다.
두 칸 주차를 한 입주민의 차량 사진이 890명가량 있는 입주민 단체 대화방에 올라와 뭇매를 맞는 일도 발생했다. 해당 입주민은 ‘기분이 나쁘다’는 의사 표현을 했고, 이는 입주민 간 갈등으로 번졌다. 이 회장은 차량 주인을 만나 대화하기 위해 지하주차장 잠복도 마다하지 않았다. 직접 만나 보니 임산부였던 입주민이 승·하차가 불편해 칸을 넘겨 주차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후 입주민 간의 오해를 풀 수 있었다.
이 회장은 “사소한 오해가 쌓여 갈등이 커지는 것을 보고, 입주민이 만나 소통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입대의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러한 경험들이 공동체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네 번의 공동체 활동에 입주민 민원 줄어
동대구더센트로데시앙은 지난해 11월 단지 내 강당에서 첫 축제를 개최했다. 이 회장은 “강당의 최대 수용 인원이 600명 정도인데 참석자들이 다 들어오지 못할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고 회상했다. 이 아파트가 890세대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참석률이다.
아파트 첫 축제가 열리자 입주민들도 재능기부에 나서 다양한 체험 부스가 마련됐다. 미술학원 선생님인 입주민은 아이들을 위해 캐리커처를, 수학·영어 학원 선생님인 입주민은 교습지 등을 무료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입주민은 음료를 제공했고, 고깃집을 운영하는 입주민은 불고기를 구워 입주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청년 모임은 행사 진행, 안전 관리 등에 전반적으로 참여했다.
“하루 40건 민원이 2, 3건으로 줄어”
입주민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선뜻 나선 비결은 무엇일까. 이 회장은 “이 동네에서 30년 살아온 토박이인 점이 큰 힘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축제 개최에 앞서 기획안을 들고 직접 발로 뛰며 입주민들의 협조를 구했다고 한다. 그는 “입주민이 운영한다는 카페에 방문했는데 대학 시절 단골 카페 사장님이어서 깜짝 놀랐다”며 “오랜만에 회장과 입주민으로 다시 만난 사장님이 축제 때 음료를 무료 제공해 줬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단지 근처에 있는 모교 동신초등학교를 방문해 축제의 취지를 알리고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렇게 성사된 동신초 합주단의 공연은 입주민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성공적인 첫 축제의 여세를 몰아 한 달 후 단지에서 맞는 첫 크리스마스 기념행사를 열었다. 단지 내 동대구데시앙 어린이집(원장 최연희)이 새롭게 참여했다. 청년 모임은 직접 선물을 구입해 포장하고, 산타 분장을 한 뒤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줬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어린이날 축제와 백일장을 진행했다. 입대의는 50만 원 상당의 책과 교구를 어린이집에 기부하고 마술쇼, 청소년 댄스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펼친 백일장은 층간소음, 주차, 흡연 등 단지 내 갈등사항을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한 아이들의 시선을 담았다. 고등부 신유나 학생, 중등부 이민지 학생, 초등부 이정우 학생이 각각 1등상을 받았다. 수상작은 입주민들이 볼 수 있도록 관리사무소에 전시했다.
동대구더센트로데시앙 전경이 회장은 “입주 초기에는 하루에 40~50건 정도였던 민원이 최근에는 하루에 2~3건으로 줄었다”면서 “네 번의 행사 등 공동체 활동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축제 때마다 고생하는 관리 직원들에게도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그는 “매번 공간 배치, 강당 청소 등 실무적인 부분을 성심성의껏 도와줘 감사하다”면서 “입대의 회장 모임에 나가보면 직원들이 이만큼 협조적인 아파트가 많지 않다고 한다”고 전했다.
나라솔루션(대표 김선일) 소속 남혜영(54) 관리사무소장은 “직원들이 행사를 추가 업무로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며 “소장들 모임에서 입대의 자랑을 하면 ‘일은 힘들어도 보람 있겠다’며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남 소장은 젊은 입대의의 가장 큰 장점으로 ‘적극성’을 꼽았다. 그는 “이전 근무 단지들과 달리 각 동의 민원을 동대표들이 일차적으로 받아 바로 답변해 주고, 회의 자료도 적극적으로 만들어준다”면서 “나이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동대표들이 배려를 많이 해준다”고 덧붙였다.
사진=동대구더센트로데시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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