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세대 난방 배관 폭발사고…“입대의 1700만원 배상하라” [김미란의 판례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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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경위
가. 본건 아파트는 2020. 12.경 공사 업체로 B사를 선정해 노후화된 난방분배기 교체 공사에 관한 공고문을 게시했다. A는 본건 아파트의 D호 소유자인데, 2021. 1. 15. 분배기 6구 1개, 장유량밸브 1개, 유량 밸브 1개, 스트레이너 1개, 온도조절기 1개, 난방 배관 청소 1식을 시공 받았다. 기존 난방분배기는 강관으로 돼 있었던 반면 새로 설치된 난방분배기는 플라스틱 소재의 배관으로 돼 있었다.
나. 2022. 3. 13. 07:40경 배관이 부풀어 올라 터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D호실의 임차인이었던 E는 본건 사고로 폭발음이 들리자 주방으로 이동했는데 터진 배관에서 흘러나온 뜨거운 물로 양쪽 발 및 다리, 엉덩이 부위에 화상을 입게 됐고, 같은 날 오전 07:58경 119 구조요청을 통해 응급실로 후송돼 응급조치를 받고 12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다. E는 2022. 4. 4. 법원에 임대인인 A를 상대로 치료비, 향후 치료비, 일실수입, 위자료, 가전제품 수리비 등 손해의 일부로 5000만 원의 손해배상 및 임대차 계약 해지에 따른 보증금 5억 원의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위 소송절차에서 2022. 10. 12. ‘원고가 피고에게 손해배상으로 1200만 원을 지급한다.’는 취지의 조정이 성립했고, A는 E에게 위 조정 결과에 따라 1200만 원을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A는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했고 수임료로 1100만 원을 지급했다.
라. A는 입대의와 B사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과연 법원의 판단은 어떠했을까?
법원의 판단
가. B사의 손해배상 책임 부정
A는 난방분배기 교체 전에는 배관이 스틸 재질의 ‘강관’이었는데, B사가 교체공사를 하면서 동의 없이 PVC재질의 배관으로 설치한 것은 과실이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배관이 터지는 경우 뜨거운 물이 분출돼 노출된 사람에게 큰 상해가 발생할 수 있고 물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물의 온도가 올라가더라도 견딜 수 있는 배관을 사용해 사전에 방호조치를 다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B사가 기존과 달리 강관이 아닌 하자 있는 PVC재질의 배관으로 설치해 과실이 있고, 난방분배기 배관이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데 따른 설치·보존상의 하자가 경합해 발생했다면서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본건 배관 소재인 폴리부틸렌 배관이 건물 내 냉수 및 온수 공급 목적으로 사용하며 일정 설계 압력과 온도 조건 하에서 사용된다는 점, 세대로 공급되는 난방 및 급탕수 설계 온도가 난방수 60℃, 급탕수 55℃인 점, 본건 배관은 통상적 난방수 온도인 60℃보다 약 35℃ 높은 95℃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돼 충분한 내구성을 갖춘 것으로 보이고, 난방분배기의 경우 그보다 더 높은 온도에 견딜 수 있는 배관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소명할 자료가 없는 점 등에 비춰 보면 강관이 아닌 PVC재질 배관을 설치한 것 자체가 과실이라거나 하자가 존재해 본건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나.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손해배상책임 인정
법원은 E가 A를 상대로 제기한 사건에서 1200만 원을 지급하도록 조정이 성립했고, A가 이를 지급한 점, E가 화상을 입은 정도, 사고로 인한 누수 정도에 비춰 보면 1200만 원은 E가 입은 손해액으로 적정하다고 판단된다면서 입대의는 위 1200만 원에 대해 구상금으로 이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또한 이 사고로 발생한 누수 관련 수리비에 대해서는 제반 사정을 감안할 때 적정한 재산상 손해액은 500만 원으로 정했다. 다만 A가 지출한 변호사 보수에 대해서는 변호사강제주의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손해로 볼 수 없고 재산적 손해의 배상이 이뤄진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위자료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평석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려면 고의 또는 과실과 같은 귀책사유, 손해의 발생, 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한다. 비록 배관의 재질이 달라졌다 하더라도 사고의 원인도 아니고,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에도 문제가 없다면 업체에 배상책임을 지울 수 없다.
손해배상 후 궁극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곳에 구상금을 청구할 때도 마찬가지다. 또한 손해액도 구체적으로 밝혀 청구해야 하는데 정확하게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 법원은 증거조사 결과와 변론 과정에서 밝혀진 경위 사실, 손해의 성격과 여러 제반 상황을 고려해 적정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액으로 정할 수 있다.
김미란 변호사 hapt@hapt.co.kr
출처 : 한국아파트신문(http://www.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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