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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경리 횡령사건’ 소장 상대 손배소, 항소심도 패소 [김미란의 판례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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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자: 이지은 조회 860회 작성일 24-08-2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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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경위


가. A사는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하고 관리업무를 수행해 온 관리주체다. B는 A사 소속의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고, C는 경리직원으로 근무하며 관리비 등의 보관, 관리, 지출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C는 업무상 보관하던 아파트 관리비 계좌에서 10회에 걸쳐 2억7100만 원을 개인 계좌로 이체한 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나. A사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대위변제금으로 1억6250만 원을 지급하게 되자 B를 상대로 위 위 대위변제로 인한 손해 중 65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관리사무소장인 B가 주의를 게을리 해 C가 출금 업무를 하도록 일임하는 등 B의 중과실로 인해 A사가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이었다.

다. 과연 법원의 판단은 어떠했을까? 1심 법원은 출금된다는 문자메시지를 수신한 이체건은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작성한 운영자금청구서 내용과 대체로 부합해 B가 C의 횡령 사실을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나머지 이체 건에 대해서는 문자메시지를 수신했다는 증거 조차 없어 횡령 사실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으며 관리직원이 둘 뿐인 상황에서 출금 업무를 위해 함께 은행에 방문하는 경우 관리사무소에 상주할 직원이 없게 되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B의 과실로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원고 청구를 기각한 1심 법원의 판단에 A사는 항소했으나 항소심 법원 역시 항소를 기각함으로써 결과적으로 A사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의 판단

가. 도장 관리 미흡 여부

이 사건 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르면 관리비 등 예금 통장은 회계 담당자가 관리하고, 직인은 관리사무소장이 보관하도록 돼 있으므로 B에게 도장을 적정하게 관리할 의무가 있고, C가 B로부터 도장 이용 권한 일부를 위임받아 무단으로 이용해 횡령 범행에 나아간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입·출금 업무는 경리직원의 업무 범위에도 속하므로 B로서는 위 업무 수행을 위해 직인 날인 등을 대행하도록 할 수 있고, 아파트 관리비 통장에서 출금할 경우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보관하는 도장 역시 필요하므로 도장의 무단 사용 방지를 위한 절차가 마련돼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경리직원에게 날인 대행을 맡겨서는 안 될 정도로 도장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보이지 않는다. 또한 본건 아파트 관리 방법과 관리인력이 담당하는 업무 등에 비춰 볼 때 A사가 주장하는 엄격한 관리가 현실적으로 가능해 보이지도 않는다. 따라서 B가 C에게 직인 날인을 대신할 권한을 일부 부여한 사실만으로 과실이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나. 인출 내역 미확인이 과실인지 여부

A사는 B가 이체확인증 확인, 통장 대조 등으로 이체 내역을 구체적으로 검토했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경리직원의 불법행위를 예상해 모든 금전거래의 세부 내역까지 검토하고 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범행에 이용된 통장은 출금 알림이 설정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춰 B로서는 인출 사실조차 알기 어려웠을 것이므로 인출 내역 미확인을 두고 어떤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다. 은행 출장 시 동행 의무 미이행이 과실인지 여부 


이 아파트 관리 형태와 C가 담당하는 업무의 내용에 비춰 볼 때 B에게 C의 업무에 관한 일반적인 지휘·감독 의무를 넘어 모든 업무를 직접적으로 감시하거나 함께 업무를 수행해야 할 의무까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은행 출장 시 반드시 동행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라. 후속 조치 미흡 여부

B가 사고 발생 인지 후 C에게 경위를 묻고 상황 점검 후 예금 통장에 대한 지급정지신청 및 수사 의뢰를 한 이상 C의 범행 관련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

마. 따라서 B의 고의 또는 과실로 C가 범행을 저질렀다거나 손해가 확대됐다고 인정되기 부족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평석

손해를 배상하라고 하려면 상대방에게 그만큼 잘못이 있어야 한다. 법적인 용어로 ‘잘못’은 고의 또는 과실, 즉 귀책사유를 뜻한다. 경리직원의 횡령으로 아파트에 발생한 손해를 대위 변제한 관리주체가 관리사무소장에게도 그 책임을 물으려면 응당 소장에게 배상할만한 잘못, 즉 귀책사유가 있어야 한다. 

경리직원과 소장 둘 뿐인 근무 여건에서 경리직원이 은행에 갈 때마다 소장이 동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경리직원의 불법행위를 미리 예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경리직원에게 출금 관련 업무를 맡긴 것을 과실로 보기는 어렵다.


김미란 변호사 hapt@hapt.co.kr
출처 : 한국아파트신문(http://www.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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