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주택관리사협회 대구시회

판례 “아파트 외곽 펜스설치 신청, 지자체가 거부 못해” [김미란의 판례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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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자: 이지은 조회 414회 작성일 24-12-3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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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경위


가.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관할구청에 단지 외곽에 펜스(이하 ‘펜스’)를 설치하겠다는 내용의 행위신고서를 제출했으나(이하 ‘신청’) 구청장은 이를 반려했다(이하 ‘처분’). 신청이 아파트 재개발사업 당시 부가된 사업시행계획인가 조건(단지와 가로와의 연계성을 고려해 담장 설치 지양)에 반한다는 이유였다. 아파트 재개발 사업 당시 아파트 건축 예정 부지 내 기존 도로를 폐쇄하는 대신 단지 내 공공보행통로를 만들고 그 통로 확보를 위해 단지 경계에 담장을 설치하지 않는 것으로 돼 있었다. 관할 시 산하 건축위원회는 ‘단지와 가로와의 연계성을 고려해 담장 설치를 지양한다’는 심의 의결을 했고 이를 반영한 사업시행계획인가 및 고시가 이뤄졌다(이하 ‘사업시행계획인가’).

나. 입대의는 신청을 반려한 처분은 위법하다며 이를 취소해 달라는 취지의 소를 제기했다. 과연 법원의 판단은 어떠했을까. 법원은 처분이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해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법원의 판단

가. 관계 법령의 내용과 행위허가의 법적 성질

공동주택관리법 제35조 제1항 제4호는 공동주택의 효율적 관리에 지장을 주는 일정한 행위를 하려면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 또는 절차 등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거나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를 하도록 정하고 있다. 법 시행령 제35조 제2항은 그와 같은 행위의 하나로 ‘공동주택의 증설’을 들고 있고, 제1항 별표3에 따르면 ‘증설’은 ‘증축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서 시설물 또는 설비를 늘리는 것을 말한다. 본건 펜스 설치와 같은 부대시설 증설의 허가 기준은 ‘구조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시장·군수·구청장이 인정할 것’과 ‘전체 입주자 등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이다. 공동주택관리법상 행위허가는 성질상 일반적 금지의 해제로서 허가권자로서는 행위허가 신청이 공동주택관리법 등 관계 법령이나 관련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이를 허가해야 하고,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제한 사유 외의 사유를 들어 허가신청을 거부할 수는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본건 처분의 위법성

펜스 설치는 부대시설(담장)의 증설로서 공동주택관리법령상 구조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인정될 경우 전체 입주자 등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허가 기준이 충족된다. 신청은 전체 입주자 등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었고, 펜스 설치로 구조 안전에 이상이 생길 염려가 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할 구청장이 신청을 반려하며 내세운 처분 사유는 사업 당시 부가된 사업시행계획인가 조건(단지와 가로와의 연계성을 고려해 담장 설치 지양)에 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업시행계획인가 조건 또는 지구단위계획에 반한다는 것은 공동주택관리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허가 기준도 아니다. 

사업시행계획인가에 따라 담장 설치하지 않을 부작위 의무를 부담할 자는 인가 상대방인 사업시행자뿐이고 인가 당시 각종 조건이나 협의 내용을 준수할 의무 역시 공법상의 구속으로서 공의무 성격을 갖는다. 국민에 대한 의무 부과는 반드시 법률에 근거를 둬 적절하게 통제돼야 한다는 법치행정 이념과 기본권 제한의 법률유보 원칙상 공의무의 제3자 특별승계를 인정하려면 승계인에게 공의무의 효력이 미친다고 볼 수 있는 직접적인 명문의 근거 규정이 필요하다. 공동주택 입주자들이 사업시행자로부터 공동주택을 양도받아 소유하기는 하나 사업시행자에게 부과됐던 공의무를 특정승계한다고 볼 만한 법적 근거가 없고, 서울시 건축위원회는 행정청 내부의 심의기구에 불과하므로 담장설치를 지양한다는 위 심의의결 자체로 행정청이나 당사자에 대한 구속력을 가질 수는 없다. 법령상 다른 근거 없이 지구단위계획의 내용 자체를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른 행위허가 조건으로 삼을 수는 없고, ‘지구단위계획구역에서 공작물을 설치하려면 그 지구단위계획에 맞게 해야 한다’는 국토계획법 제54조 규정 역시 공동주택관리법령에 따른 행위허가기준이 될 수는 없다.
 

평석

행정청의 행정작용은 법을 위반해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경우와 같이 국민 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경우 반드시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법치행정, 법률유보의 대원칙이다. 

건축위원회는 행청청 내부 심의기구에 불과하므로 그 심의 의결이 그 자체로 행정청이나 당사자에 대한 구속력을 가질 수도 없다. 또한 의무가 부과됐을 때도 이를 따라야 하는 수범자에게만 구속력이 생기는 것이므로 사업시행자에게 부과된 공의무가 곧바로 입주자나 입대의에 승계된다고 볼 수도 없다.

지구단위계획 등을 준수해야 한다는 공동주택관리법상의 행위허가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사업시행계획 인가 조건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법이 정한 행위허가 기준을 충족한 행위허가 신청을 거절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김미란 변호사 hapt@hapt.co.kr

출처 : 한국아파트신문(http://www.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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